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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1년 1월에 읽은 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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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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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최은미 外

감상

이때까지 원덬 최애 문학상 소설집 변천사는 이상문학상(청소년기) 젊은작가상(20대)였는데 30대에 접어든 지금은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으로 바뀌었음. 다른 문학상 소설집은 작품간 편차가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현대문학상은 유난히 고루고루 꽉꽉 알찬 느낌이 좋아. 특히 나덬의 경우에는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을 통해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김병운과 송지현이라는 작가를 새로 알게 되어서 좋았어.

작품별 간단한 인상평

최은미: 작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보내는 이와 흡사한 구조인데 작가 대표작으로 보내는 이를 꼽았더라. 요즘 최은미 작가는 기혼 여성들의 관계성에 매진하는구나 싶음.
김병운: 지금 한국문학에 범람하는 퀴어(게이)문학과 결이 비슷한데 이 작품이 제일 좋았음.
박형서: 찾아 읽지는 않는 작가인데 읽을 때마다 재밌는 듯. 한국의 가난한 집의 어린 아이가 차기 달라이 라마로 뽑히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룸.
송지현: 송지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은 적이 없어서 조심스러운데 약간 귀향과 일상적 생활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문장 스타일 자체도 이주란스럽다고 느꼈음. 나한텐 좋았음.
오한기: 오한기와 정지돈 같은 작가들 무척 안 좋아하고 이 작품에서도 그들 부류를 안 좋아하는 나의 주관적 이유밖에는 찾지 못함.
윤성희: 윤성희 작가를 되게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은 심심했음.
임솔아: 비구니 사찰의 이야기인데 딱 임솔아스럽게 좋았음.
천희란: 천희란 작가의 작품은 난해하다고 생각해서 읽지도 않았는데 무척 잘 읽히고 재미도 있음.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이라는 제목부터 매력적임.

인상 깊었던 구절 중 일부

지역 맘카페에서 진아 씨를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진아 씨가 어떤 얘기들은ㅡ'펑 예정'이라는 사전 경고도 없이ㅡ올리고 곧 지운다는 걸 몰랐다면 어땠을까. 지역 맘카페에 들락거리는 그 마음을 나 또한 모르지 않았다. 어디에도 말할 수가 없는 마음, 너무 사랑해서 말할 수 없고, 가까워서 말할 수 없고, 멀어서 말할 수 없고, 구차하고 흔해서 말하고 나면 별게 아닌 게 되어버리는 얘기들. 힘내라는 댓글 딱 하나만 보고 내리려고 올리는 글들. 아무리 억지스러운 얘기를 올려도 수십만의 회원 중에 한 명은 호응을 달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거기선 모두가 거침이 없었다. 재판관과 상담사와 의사와 친구 역할을 돌아가며 했다. 당장 이혼하세요. 안 봐도 뻔해요. 그런 엄마 그냥 차단하세요. 그걸 왜 참으세요?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에궁. 토닥토닥. 하트를 날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격하게 껴안는 브라운과 코니. 즉각적인 공감과 위로를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내린다. 하지만 매일 보는 사람 앞에선 에어 프라이어에 뭘 해 먹을까만 얘기하는 것이다.
보내는 이, 최은미

나는 마주 앉은 그녀를 새삼스레 뜯어보면서 내게 남아 있는 그녀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떠올렸다. 이를테면 그녀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곱창집을 운영한다는 것과 직접 지역 도서관에 건의해 독서 모임을 개설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남들과 어딘가 다르다는 자의식으로 삶을 지탱해왔다는 것.
한밤중에 두고 온 것, 김병운

아란은 하은사 앞 가게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그리고 지장전 지붕에 올라갔다. 7년 전에 아란은 자주 지장전 지붕 위에서 밤 시간을 보냈다. 열일곱 살의 아란은 유난히 밝은 어둠과 유난히 어두운 어둠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지붕 위에서 아란이 할 수 있는 놀이는 그것밖에 없었다. 아란은 어둠을 분류했다. 유난히 흔들리는 어둠, 유난히 시끄러운 어둠, 가장 짙고 지나치게 적막해서 오히려 마음이 다 개운해지는 어둠.
단영, 임솔아



2.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감상

최근 독서방에서 시의성만 잔뜩 담긴 수필 같은 소설들에 대한 비판 글들이 많았는데 우다영은 그런 흐름 속에서 아주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훌륭한 젊은 작가라고 생각해. 교차, 영원, 가능성. 나덬이 생각하는 우다영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들이야. 우다영 작가는 하나의 삶이 사실은 여러 갈래일 수도 있었다는 전제 하에서 우리의 삶이 어떤 우연으로 변했는지에 대해서 집요하게 천착해. 일단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가 있다는 점에서 무척 훌륭한데, 심지어 재밌기까지 함. 이런 작가가 아주 젊은 신진 작가 중 하나라서 동세대 독자인 나덬은 행복함.

인상 깊었던 구절 중 일부

"그러니까 진화는 차근차근 최상의 점을 향해 발전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때그때 처한 환경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거야. 생물학자가 종의 기원을 추적해나가는 건 그 종이 지나온 역사와 순간들, 선택들, 그때그때의 우연을 담은 미로이자 지도를 살펴보는 일이라는 거지. 한번 선택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내정된 목적지가 없기 때문에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는 미래. 그게 모든 종의 운명이라는 게 재밌지 않아?"
당신이 있던 풍경의 신과 잠들지 않는 거인

왜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어째서 사람의 선택은 선과 악의 분별이 아니라 그저 선택일까. 과거의 나는 지금의 이 삶과 가족들을 알지도, 꿈꾸지도 않았는데 내가 한 선택들은 어떻게 나를 이곳에 데려왔을까. 나는 이 많은 질문의 답을 모르는 채로 살았어. 나는 지난 세월 동안 무수한 윤리적 기로에 직면했고 늘 답을 찾았어. 흡족하지 못한 답을 선택할 때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어. 그리고 어느 날, 윤리적인 결정을 하는 순간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을 깨달은 거야. 나는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때마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풍경들을 떠올렸어. 아름다운 자연 광경이나 평범한 일상, 단순한 대화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답을 알 수 있었지만, 때로는 생각하기도 했어. 내가 앞으로 할 선택이 그 풍경을 훼손시키지는 않는지, 풍경 속 너를 영영 잃게 되는 결정은 아닌지 생각해 본 거야. 너는 내가 실패할 거라고 말했지. 하지만 바로 그 말이, 그 순간이 내 안에서 가장 중요한 윤리가 되었어.
당신이 있던 풍경의 신과 잠들지 않는 거인

천적이 사라진 해파리는 수만 년 동안 진화해 완전히 독성이 사라졌다. 이제 해파리들에게 종의 기억이란 흐릿한 예감으로 남아 있다. 종의 다른 가능성을 모르는 무구하고 아름다운 해파리들이 다이버들의 팔과 다리에, 말랑말랑한 배와 가슴과 목덜미에 와닿는다. 오직 사랑과 행복으로 차오른 둥그런 이마를 부드럽게 때린다. 손톱만 하거나 때로는 주먹만 한 크기의 해파리들은 마치 사람의 육체를 통과하려는 의지만 남은 무해한 영혼들처럼 보인다. 해파리 떼에 둘러싸인 다이버들은 어떤 이유에선가 그들이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아마도 우주 바깥에서부터 간직해온 선한 마음을 떠올리지만 그저 자연의 균형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순간에 천천히 압도된다.
메조와 근사



3. 절대 울지 않아, 야마모토 후미오

감상

나는 야마모토 후미오를 엄청 좋아해. 생생한 생활감이 가득하기 때문이야. 거창한 삶이 아닌, 소박한 행복으로 가득한 잘 꾸며진 생활이 아닌, 먹다 남은 감자칩처럼 눅눅한 일상 생활. 일희일비하고 비교적 초라하고 이기심으로 가득한 타인의 풍경을 봐야만 받을 수 있는 어떤 위로를 야마모토 후미오에게서 받곤 함. 이 책은 메인 테마가 '일하는 여성들'인 엽편소설집이야. 야마모토 후미오 사고방식은 좀 퀘퀘해서 서른이 넘은 여자는 이미 늙었다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 이야기들이 전개되지만 동시에 야마모토 후미오가 늘 그러하듯 여자들의 심리를 절절히 관통하는 구절들이 많아. 나덬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저 수영을 해왔을 뿐인 다른 일을 할 의지도 의욕도 없이 정체된 삶 속에서 고립되었던 미사키가 허우적 대면서도 계속 노력하고자 하는 스위밍스쿨 강습생을 목도하면서 비로소 헤엄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담긴 날자, 다시 날자가 특히 인상 깊었어.

인상 깊었던 구절 중 일부

"나루토 씨를 보고 저도 비로소 헤엄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는 무슨 소리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은 헤엄을 잘 치시잖아요?"
"아니에요. 저는 단지 헤엄을 칠 수 있을 뿐이에요."
"무슨 말이죠? 요즘 젊은 사람들 말은 도통 이해할 수 없어서요." 
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양쪽으로 헤어져서 걸음을 내딛었다.
오늘은 이대로 곧장 집으로 가 어머니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어야겠다. 어머니와 아버지, 단 둘만 앉아 있던 식탁에 오랜만에 앉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약간이긴 하지만 피로가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날자, 다시 날자








바쁘다는 이유로 읽은 책의 제목 정도만 기록하고 나면 나중에 도통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기억 안나더라고. 
(야마모토 후미오 절대 울지 않아도 사실 2년 전쯤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읽은지도 모르고 처음 읽는 양 재독하다가 중반쯤에서야 어 나 이거 읽었는데? 싶어졌었음...)
그래서 올해는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평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독서 목표 중 하나야.
혹시 이 책들 중 흥미 있는 책을 발견한다면 즐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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