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만에 또 근무 환경이 바뀌었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인생, 뭐 별거 있나.
가는대로 오는대로 나만 적응 잘하면 된다 생각하니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졌어.
이 또한 이대로 흘러가겠지 싶기도 하고.
환경이 바뀌고 5월이 됐어도 여전히 해먹고 산다.
5월 첫주 해먹고 살기 시작한 이야기, 시작.
머위나물 무침
지난 번에 시장에서 업어온 산취인지 머위인지 헷갈렸던 나물의 정체는 머위였다.
데치려고 골라내다가 깨달음.
한줌 남은 머위나물 소금물에 데쳐서 억센 줄기는 또 솎아내고
된장, 고추장, 다진마늘, 설탕, 참기름 섞어서 조물조물 무쳤어.
이젠 또 무슨 나물을 사와볼까...?
맑은 바지락탕
여전히 바지락은 자주 사고 자주 해먹는다.
알 굵고 실한 바지락 한줌 물 부어서 끓이다가 다진마늘, 소금으로 슬쩍 간 하고 파만 송송 썰어 넣으면 끝.
가끔 칼칼하게 먹고 싶은 날은 여기다 건고추 한개 정도 뚝 분질러 넣는다.
달고 시원하고 술안주로도 땡기고 해장으로도 땡기는 그맛.
이날은 욕심껏 국물 양에 비해서 바지락 잔뜩 넣고 끓여먹었어.
또 바지락탕에 밥 말아먹었다.
밥은 딱 한끼 분량 맞춰서 하는 편인데 어쩌다 처치 곤란 애매하게 반공기 정도가 남을 때가 있다.
따로 반찬 하기도 귀찮으니 또 만만한 바지락 탕 끓여서 밥 말아먹었어.
책상에 컴퓨터 앞에서 종이나 신문지 한장 깔아놓고 모니터 친구 삼아 밥 먹는거 나 뿐만은 아닐거라고 믿는다.
지금 이거 보고 있는 덬들 중, 공감하는 덬 없으면 나 울거야ㅠ
상에다 제대로 차려 먹는 날 보다 이러고 먹는 날이 사실은 더 많아.
반찬은 구색을 갖춰도 먹는건 결국 책상 위에서고 밥 친구는 모니터 화면이다.
고춧가루 팍팍 동태찜.
마트에 들렀다가 마감세일로 한팩에 삼천원 하는 동태 한팩을 업어왔다.
무 숭덩 숭덩 썰어서 깔고 동태는 한번 더 토막내고 콩나물 한줌, 대파 한줌 넣고 끓이다가
고춧가루, 다진마늘, 다진 생강, 설탕 슬쩍 넣어주고 액젓이랑 진간장, 소금으로 간했어.
탕 보다는 찜 느낌으로 한거라 설탕이 아주 약간 들어가고 국간장 아닌 진간장을 썼다.
부들부들한 동태 살이랑 무 으깨가며 밥도 비벼 먹고
잘 익은 콩나물 한젓갈 밥 위에 척 올려도 먹고
양념장에 남은 밥 싹싹 비벼먹기도 했다지.
사먹는거 안부럽다.
바지락 콩나물국
바지락 사랑 참 징허다.
한때의 알배추 사랑보다 더 한 것 같다.
요즘 바지락이 맛있고 알이 실해서 습관처럼 사게 되는 까닭이다.
바지락 육수에 콩나물 한줌 넣어 끓이다가 다진 마늘, 대파 썰어넣고 소금으로만 간 해주면
한끼 국 거저 먹는다.
들인 공에 비해서 결과물이 좋아.
오랜만에 제육볶음
저렴한 돼지 뒷다리살 불고기용 한줌에
고춧가루, 진간장, 설탕, 다진마늘, 다진 생강, 술, 후추로 조물조물 양념해주고
고기 먼저 센불에 볶다가 이슬 표고 서너개 썰은거랑 대파 한줌 썰어넣고 다시 볶았어.
제육 볶음 하나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그릇은 가뿐하게 먹는다.
고추장 넣은 것도 좋지만 고춧가루만 가지고 깔끔하게 한 것도 괜찮아.
뒤늦게 콩나물 좀 넣고 볶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아침에는 오뎅 국수
가쓰오부시맛 국시 장국 물에다 좀 풀어서 종합 어묵 반줌 넣고 끓이다가 소면 반줌 뚝 분질러 넣고
면이 익을 때쯤 알배추 속 약간 썰어넣고 마저 익혔어.
마무리로는 언제나 대파 송송.
국물은 달고 시원하고 알배추는 달고 간만에 속이 확 풀렸다.
밥 하기 귀찮은 아침에 간단하게 딱이 메뉴야.
만만한 콩나물 무침
콩나물 한줌 물 아주 조금이랑 소금 찔끔 넣고 익힌 다음에
국간장, 다진마늘, 참기름, 대파 송송 썰어넣고 무쳤다.
그냥도 먹고 밥에도 비벼 먹고.
뭔가 한두가지로 간단하게 해결 가능한 반찬을 찾다 보니 은근히 자주 해먹게 된다.
오랜만에 비빔면
라면 먹으면 탈 나는 부실한 위장이지만 가끔 땡길 때가 있다.
그나마 비빔면은 튀긴면이 아니라서 탈이 덜 난다.
야밤에 갑자기 비빔면 땡겨서 편의점에 내려갔더니 막국수 어쩌고 하는게 보이길래 한개 사들고 온 날.
그냥 먹긴 허전해서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냉동 절단 아스파라거스 면 삶을 때 같이 삶고
대패 삼겹 한줌 구워서 올려 먹었어.
냉면엔 고기가 진리듯이 비빔면에도 고기가 진리다.
만만한 고등어 구이
고등어를 굽는다는 것, 손 가는 반찬 하기 싫은 날이라는 것. 밥 하기도 귀찮다는 것.
올려놓고 불 조절만 잘하면 굽는건 가스님이 해주신다.
간 없는 고등어 하나로 한끼 퉁 치고 밥이고 뭐고 아무 것도 안한 날.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인간적인거다.
상추 천원어치의 행복
퇴근길에 들린 시장에서 산 상추 천원어치.
제법 큰 밀폐 용기로 한가득이다.
이 정도 양이면 나는 질리도록 먹는다.
쌈도 싸먹고 밤에 입 심심하면 과자 먹듯이 오며 가며 간식으로도 집어먹어.
재래 시장 나들이는 이맛에 가는거다.
마늘쫑 장아찌
꽈리고추 장아찌 성공 후에 장아찌 만드는데 재미 들렸다.
실패를 대비하여 제일 작은 묶음으로 사온 마늘쫑은 씻어서 물기 싹 없앤 후에 적당한 크기로 썰고
진간장, 식초, 설탕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파르르 끓인 다음에 그대로 마늘쫑 담은 통에 부었어.
위에 위생팩 하나 덮어서 적당한 그릇으로 눌러서 뚜껑 덮어서 이틀 정도 실온에 뒀더니 딱 요상태로 맛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맛이다.
앞으로 마늘쫑 장아찌도 안사먹고 해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혼자서 괜히 뿌듯해 했다.
이게 뭔가 싶은 닭볶음탕
보정 안한 사진인데도 색감이 이모양이다.
나는 사진 찍는데 소질이 없는게 분명하다.
닭 한마리 기름기 떼어내고 손질해서 한번 우르르 데쳐내고
다시 물 붓고 끓이다가 진간장, 국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술, 통후추 골고루 섞은걸 일단 반만 부어서 끓여주고
감자 세알이랑 대파 두대 썰어넣고 남은 양념 마저 부어서 다시 익혔어.
없으면 없는 대로 당면은 생략.
색감은 이모양이라도 맛은 괜찮다.
닭살에 폭신폭신 익은 감자 으깨서 양념 섞어가면서 밥 비벼 먹으면 그맛 알지?
여전히 자주 해먹는 가지 구이.
한주에 한번은 해먹는거 같다.
통으로 썰어서 병뚜껑으로 속 파기 귀찮아서 가지 반으로 갈라서 칼로 씨부분 파냈어.
이번에도 속은 샤브용 양지 다진거에 꽈리 고추 한줌 다져 넣고 계란 노른자 한알, 밀가루 찔끔에 소금 후추로 간 해서 채웠다.
통으로 썰어서 속 파낸 것보다 고기 소가 더 실하게 들어가고 만드는 과정이 훨씬 편해서 앞으로는 이렇게 해먹을거 같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어떻게 해도 맛만 있으면 되는거야.
다음번에는 새우를 사다가 다져서 속을 채워볼까 생각중이야.
요즘 가지 한개 700원 정도면 산다. 엄청 싸다.
덬들아 가지 구이 해먹어~
몸 보신용 양곰탕
가끔 미친 짓을 할때가 있다.
이번 주의 미친 짓은 이거다.
그냥 곰탕도 귀찮은 판에 양곰탕이라니.
양 손질 하다가 승질 버릴 뻔 했으니 긴말은 생략한다.
버린 성격만큼 맛은 좋았으니 그걸로 된거다.
여기다 소금 후추 솔솔 뿌리고 대파까지 송송 썰어서 올려먹으면 그걸로 그냥 퍼펙트.
성질을 버리고 몸 보신을 얻었다.
다시는 안할거야.
해먹고 산다 올리면서 한주를 마무리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바뀐 환경 덕에 사실상 오늘부터 나는 한주가 시작이다.
오늘부터 6일간 풀 근무 달리기 시작이야.
부디 살아남기를...
이번달 목표는 다른 것도 필요 없고 체력 보전이다.
날씨가 엎치락 뒤치락 밀당 하듯이 추워졌다 더워졌다를 반복하는 5월의 시작,
맛있는거 많이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