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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해먹고 산다 - 번외 : 무명이의 생강청 공장 가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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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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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때문에 골골거리던 한주가 지나고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잊지도 않고 또 오듯이 해먹덬이가 왔다.

덬들이 해먹덬 해먹덬 해주니 어느새 내 입에도 착 붙어버렸어ㅋㅋㅋ


요즘엔 어째 계속 어수선하게 바빠서 대충 한그릇 음식으로 떼우고 떼우고 떼우오의 반복이라

이번 주에는 해먹고 산 얘기 대신 연례 행사인 생강청 공장 가동기를 들고왔다지.

사실 11월 초에 진즉에 해치웠어야 하는데 올해 날이 가물어서 생강 시세가 너무 올라서 시세 보느라 계속 미루다가

더 미루다가는 햇생강 자체를 구하기 힘들거 같은 불길한 예감에

근무표 돌아가는 사정도 안보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기간 한정 할인 쿠폰 나왔을 때 생강을 덜컥 질러버렸다는.

  

몇년 전인가, 언젠가 비슷한 공장 가동기를 본듯한 기억이 있는 덬들이 있다면 잠시 레드썬!

해먹고 산 얘기 대신 공장 가동기 시작.




시세가 너무 올라 쓰린속 부여잡고 주문한 생강 10키로 도착.

이건 10키로는 아니고 5키로 정도 되는거 같다.

사실은 생강 손질하다가 아차 싶어서 뒤늦게 사진 찍었어.

특품은 아니지만 햇생강이라 나름 맨질맨질 흙도 많이 안묻어있고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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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은 1차로 흐르는 물에 한번 샤워시켜서 전체적으로 흙을 한번 씻어내고

그 다음에는 고무장갑 위에 때장갑 장착하고 마디마디 똑똑 분질러 가면서 문지르기 시작.

햇생강이 좋은건 그렇게만 해도 껍질이 술술 잘 벗겨진다는거다.

중간중간 굵은 심지나 흙은 칼로 대강 잘라내고 걷어내주고 한시간 넘게 무념무상 하다 보면 생강 10키로 세척 완료.

채 썰어서 예쁘게 담는 생강청이 아니라서

흙만 깨끗이 씻어내고 나면 껍질을 아주 뽀득뽀득 야무지게 벗겨낼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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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옷 한꺼풀 벗겨준 생강은 믹서기에 갈기 좋은 정도로 잘라줘.

이 또한 무념무상 한시간 정도 칼질 하다 보면 금세 완성이라.

한시간이 금세는 아니지만 하고 나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싶더라.

이또한 크기도 모양도 들쭉날쭉. 그저 믹서기에 크게 부담 없게 갈릴 정도의 크기면 된다는.

10리터 짜리 밀폐용기 하나랑 큰 비닐 봉지로 하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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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믹서는 이거.

실용량은 5리터라는데 적힌대로 수용 가능 용량은 3리터 정도.

일년에 두번 쓰자고 이런 대용량 믹서를 지른 나란 무명이...

일반 가정용 믹서 쓰다가 모터 과열로 두어대 태워먹고, 고장내고 정착한게 요놈이야.

다행히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갈아주면 요놈은 협조도 잘해주고 쌩쌩 열심히 일해주는 중.

언젠가 정리하기 직전에 찍어놨던 사진이라 외관이 좀 지저분한건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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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믹서로 열심히 간 결과물이야.

처음엔 생강 한줌 정도만 넣어서 갈다가 중간중간 보충해가면서 갈면 생강 10키로 가는데 한 너댓번이면 해결이 된다.

대신 과열 방지를 위해서 중간중간 멈췄다가 다시 갈아줘야해.

안그럼 믹서가 파업 선언하더라..

10키로를 한번에 가는 것도 생각해보면 양심 없는거고..

물은 믹서기가 잘 돌아갈수 있을 정도로만 부어가면서.

10키로 가는데 생수 500 정도 쓴거 같아.


혹 휴ㄹ이 있다면 휴ㄹ으로 해도 되겠지만 이거 하겠다고 그거 사는 것도 미련한 거 같고

일년에 두번을 위해 대용량 믹서 지른 것으로 만족중.

그래도 할때다 아쉽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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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간 생강은 베보자기에 넣고 생강의 영혼까지 비틀어서 짜야해.

생강즙 한방울이 아쉽고 아까워서 진짜 동원가능한 힘이란 힘은 다 동원해서 열심히 짰다.

손목힘 좀 받아보겠다고 아대도 끼고

면장갑 위에 요리용 고무장갑 끼고 있는 힘껏.

다 짜고나니까 손이 후들후들 하더라...

생강 10키로 갈고 짜고 한 결과물이 요거.

대충 9리터 정도 나온거 같은데 사용한 생수양을 감안하면 8.5리터 정도 되려나...

가물어서 그런지 올해 생강은 작년보다 즙이 좀 덜나오더라고..

짜낸 생강즙은 바로 쓰는게 아니고 하루 정도 방치해서 녹말을 가라앉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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즙을 짜낸 생강의 잔해...

이건 이대로 버리기도 하는데 몸이 덜 힘들고 여유가 있을 때는

일부는 다시백에 넣어서 술에 담가놔.

그러면 요리용 생강술이 된다.

이 많은걸 다 담그기엔 너무 많으니 일부만 그렇게 활용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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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달이기 시작.

몸은 제일 편하고 시간은 제일 잡아먹는 과정의 시작이다.

생강 10키로 기준 조청 5키로.

나는 여름에 시간 있을 때 엿기름을 띄워서 미리 조청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바쁠 때는 일반 시판 쌀조청을 사서 쓰기도 한다는.

이번에는 도저히 여유가 안나서 시판 쌀조청 5키로 짜리 한통을 샀어.

날이 추우니 조청도 굳는지라 따뜻한 물에 통째로 담가놨다가 마지막 남은 한방울까지 들통에 쏟아부었어.

바닥에 깔린듯 보이지만 이 들통이 20키로 짜리라는.

이 또한 일년에 두번 쓰자고 지른 물품중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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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 5키로에 흑설탕 1키로 투하.

조청만 가지고 하면 참 좋겠지만 햇생강 나온 시기부터 내년 햇생강 나올때까지 1년을 두고 먹을 생강청이라

보관 문제 때문에 흑설탕은 꼭 넣어야 해.

조청만 가지고 하는 것 보다는 실온에서 좀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기도 하고

꾸덕한 농도도 흑설탕이 들어가는 쪽이 좀 더 진하게 나와서

생강 10키로 기준 1키로, 10대 1의 비율 정도로 흑설탕을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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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즙은 처음부터 다 넣는게 아니라 1리터 정도만 우선 부어넣고

바닥까지 고루 저으면서 설탕이랑 조청이 생강즙이랑 섞이도록 해줘.

이때 가스불은 센불로.

설탕이랑 조청이 녹을 때까지 바닥까지 고루 저어주면서 끓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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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이랑 설탕이 거의 녹은 상태.

위의 사진보다 색이 좀 짙어진게 보일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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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생강즙을 몽땅 들이부으면 들통이 거의 3분의 2 높이 이상으로 차오른다.

이 생강즙이 끓어오를 때까지는 일단 계속 센불 유지.

조청이랑 설탕이 다 녹은 상태기 때문에 굳이 저어줄 필요도 없고 가끔 확인하면서 끓어오르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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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즙을 비워낸 병의 상태입니다.

바닥에 생강 녹말이 이만큼이나 가라앉았다.

이게 들어가면 생강청이 안되고 생강묵이나 생강 양갱이 되어버려.

그래서 하룻밤 가라앉히는건 무조건 필수.

요 생강 전분은 잘 말렸다가 믹서에 갈아서 반찬할때 생강가루 대신 쓰기도 하고

부침개 할때 부침가루에 조금씩 섞어주면 나름 생강향이 나쁘지 않아.

생강즙 짜낸 찌꺼기부터 전분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어.

물론 난 게을러서 생강 찌꺼기는 버리기는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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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끓어오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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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이상 센불을 유지하면서 두시간 정도 끓인 상태.

꽤 많이 졸아들었다.

위에 뜨는 거품은 중간중간 걷어줘도 되는데 나는 마지막에 한번에 걷어내는 편.

잊을만하면 한번씩 바닥 저어주고

굳이 안저어줘도 조청이라 눌어붙고 그러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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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끓이고 또 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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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간이 제일 지루하고 시간 안간다.

차라리 생강 손질은 무념무상 멍때리기라도 하지...

이건 몸은 편한데 그렇다고 잠깐 졸 수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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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시간 경과 후, 농도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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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요정도 흐르듯이 하다가 맺혔다가 똑 떨어지면 거의 얼추 농도가 맞아 들어가.

시간이 있을 때는 완전히 식혀서 농도 확인 한번 하고 다시 끓여서 병에 담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시간이 안맞아서 이렇게 농도 확인 하는 걸로 마무리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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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양의 3분의 1보다는 적고 4분의 1보다는 많은 정도.

색도 짙어졌고 확실히 농도가 짙어진게 보이지?

완성이라는.

달이기만 여섯시간.

생강 손질부터 꼽으면 이박 삼일의 대장정이었다.

하루에 다 하기엔 팔도 나가고 손목도 나가고 체력도 나가기 좋은 작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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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열탕 소독해둔 병에 나눠담아서 이만큼이 나왔다.

500 병으로 8개, 250 병으로 14개.

총 용량을 따져 보니 약간 묽은거 같긴 한데 맛은 일단 진해서 안심했다는.

시간만 있으면 좀 더 달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이정도로 타협을 봤어.

여기서 500병 하나 정도가 덜 나오는게 농도는 딱 좋은데 약간 아쉽기는 해.

위의 거품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그러드는거라 신경 안써도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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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샷은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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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링지 덮어서 뚜껑 덮어주고 밀봉 비닐 입혀서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 쏘여주면 밀봉도 완료.

미리 주문해놓은 라벨지를 붙이는 걸로 3일간의 대장정이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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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이 나왔는데 내 몫은 500 한병 밖에 없고 나머지는 택배로 배달로 전부 주인 찾아갈 예정.

원래는 처음 10키로는 선물용으로 한번 하고

10키로 더 해서 1년 내내 두고 먹는데 올해는 생강 시세가 진짜 눈물 날 정도라

내몫은 5키로만 더 할 예정.

작년보다 딱 두배 반 정도 더 주고 산거 같아.


이렇게 만든 생강청은 뜨거운 물에 타서 생강차로도 먹고 유자차랑 섞어서 타먹기도 하고

감기 온다 싶을 때 그냥 한숟가락씩 떠먹기도 해.

따뜻한 우유에 섞어 먹으면 진저밀크가 되고 반찬할때도 쓰고 생각보다 활용도가 다양하다는.

나는 내가 위장이 약하다 보니 채썰어서 설탕에 재운 생강차는 속이 아파서 이렇게 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할때는 힘들어서 다시는 안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해서 먹고나면 너무 좋아서 결국은 또 이짓을 하고 있다ㅠ


레시피로 올릴까 잡담으로 올릴까 하다가

해먹고 산다는 역시 잡담이 좋아서 그냥 잡담으로.


이번 감기가 엄청엄청 독하다.

나도 요거 올리고 나면 진하게 생강차 한잔 타마시고 한숨 뻗으러 갈 예정.

오늘부터 엄청 추워진다는데 무명이들 옷 따숩게 입고 다니고

따뜻한 차 한잔 하면서 감기 조심, 건강 조심!

맛있고 건강한 한주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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